국가부도의 날, 우리는 몰랐지만 당신들은 알았다

1. 줄거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대한민국의 IMF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이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자축하던 때,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나날이 경제대국을 향해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나갈 뿐이었습니다. 언론 외에는 다른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던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는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알리는 순간 혼란만 야기할 뿐 절대적으로 감춰야 한다는 입장과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 대치합니다. 기업들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풀고 실재하지 않는 어음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경제 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나라의 경제가 무너질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정치세력들은 대기업들과 이미 결탁하여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윤정학은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입니다.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실제 위험이 다가오는 사실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때, 윤정학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상신호를 감지합니다. 불안함을 느낀 윤정학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다닐 때 알게 된 투자자들을 모집하여 국가부도에 투자하라는 세미나를 합니다. 모두가 윤정학이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단 두 사람만 남아 윤정학의 투자에 동의합니다. 윤정학은 모든 현금을 달러고 교환하고 계속해서 현금을 끌어모읍니다.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남은 시점, IMF 총재가 협상을 위해 비밀스럽게 입국합니다. 국가부도 상황에 대한 대책 회의가 열리고 협상이 시작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던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에 의해 말도 안 되는 협상 조건을 내세우는 IMF 총재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997년 11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당장 한국 시장을 떠나라는 뉴스가 뜹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든 투자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고 원화의 가치가 멈출줄을 모르고 떨어집니다. 

 

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고 회생을 신청하지만, 은행권들도 IMF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한 후였습니다. 기업들에게 빌려줄 돈조차 없는 상황이 되고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하자 정부는 IMF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긴급 제정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IMF의 협상 조건대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기업 인수합병을 간소화하게 되어 부실 상태가 된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당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의 해고가 쉬워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습니다. 우수했던 기업들이 무너지며 외국자본에 의해 인수합병당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권고사직을 당합니다. 

 

이 상황들을 모두 예측한 윤정학은 달러에 투자한 돈으로 폭락한 부동산들을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했던 많은 사람들이 헐값에 부동산을 내놓기 시작하지만 전혀 팔리지 않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정부는 IMF 협상에 최종 서명하고, 고실업 국가로 접어든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전년대비 42%나 증가합니다. 국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금 모으기 운동을 실천하여 기업들의 부채를 갚는데 사용합니다. 그 결과 기적적으로 4년 만에 IMF로부터 빌린 모든 부채를 상환합니다. 20년이 지난 시점 2021년, 윤정학은 IMF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비슷한 상황이 오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총평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대한민국이 IMF 상황에서 얼마나 처절한 경제 위기를 겪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당시의 정부의 관점과 직장인, 개인 사업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IMF를 어떤식으로 겪었는지 보여줌으로써 IMF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했습니다. 

 

당연히 정부는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정부 관계자들도 투자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런 대비 없이 위기를 정면으로 맞아 모든 걸 잃게 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라의 경제는 항상 부유한 상황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항상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3. 역사적배경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던 외환 유동성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외환 위기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대한민국의 각 기업들은 무분별한 투자와 차입에 의존하며 과잉투자를 이어나갔습니다. 태국에서 먼저 발생한 외환 위기는 고정환율 포기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동북아시아를 거친 경제 위기가 대한민국을 향해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단순하게 IMF라고 칭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1997년을 아시아 금융위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통화 위기가 발생하였고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였습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외환 위기가 발생하고, 아시아 내에서 유일한 선진국 일본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하였습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부상을 다시 꺾어 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대한민국 내 외국인들의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발생하여 외화 보유고가 바닥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충격은 대비를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발생하여 단기간에 기업들의 파산이나 부도 및 실업자 양산을 초래했습니다. 단기부채의 연장 또한 막히는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는 IMF를 통해 구제금융을 조달 받는 선택을 하게 되고 자본시장을 강제로 개방하고 기업들의 인수합병 절차를 간소화 시키게 됩니다. 이로써 많은 우수한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의해 적대적 M&A를 당합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1996년부터 이미 징조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경제성장률 지표가 이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었고,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7%대의 경제성장률은 평균치를 웃도는 지수였기에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구조를 개선하고 외화 보유량을 관리해야 했지만 이를 외면한 결과 외환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